中소유 서울땅 年40%씩 급증…서울 곳곳 `바오젠거리` 예고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꾸민 ‘연트럴파크’와 동진시장 사이엔 붉은색과 황금색, 용 문양 등으로 꾸며진 중국풍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50여 m 골목길을 따라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 포장마차, 여행사, 전자제품 판매점 등 중화권 상가 8곳이 몰려 베트남 부동산. 화상(華商)이란 마크가 뚜렷한 상점들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한성화교중·고교가 있어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대부분 주택거래를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상가나 빌딩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며 “외지에서 온 중국인들이 자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센터, 면세점, 숙소를 열기 위해 부동산 구매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인들의 투자 지역도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부터 망원동까지 하노이 아파트 있다범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 중국 여행사는 연남동 5층짜리 중소형 빌딩을 매입했다. 건물 1~2층은 카페와 사무실로 꾸미고 5층은 중국인 관광객의 숙박을 위한 호스텔(Hostel)로 쓰고 있다.

제주 땅값을 끌어올린 중국인 투자자들이 상경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상권에 서울판 ‘바오젠 거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리는 홍대~신촌 대로변은 공장 불과 2~3년 전만 해도 국내 건물주와 임차인들이 전용면적 16㎡(5평) 남짓 공간에서 운영하는 김·인삼·공예품 가게가 많았다. 이제는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식료품 할인매장과 사후 면세점,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는 건설업체들이 애초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분양할 목적으로 빌라를 짓는다. 대림동 C공인 관계자는 “노후 건물이 많아 건물 가격은 싸고 임차 수요는 풍부하다 보니 중국인들의 빌라 투자가 활발하다”며 “집주인이 중국인이고 세입자가 한국 사람인 경우도 사무실 별장 있다”고 전했다. 지하 1층~지상 5층 신축빌라(총면적 416㎡·125여 평)는 25억~30억원 선이다. 대림동을 비롯해 광진구 자양·화양동 일대에선 회원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중국인끼리 부동산을 직거래하기도 한다.

최근 가로수길에 중국인 투자자 입질이 늘면서 강남에도 조만간 ‘바오젠 거리’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얼티코리아 관계자는 “관광이나 성형으로 여러 차례 방문했던 부호들이 강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중국인 투자자 문의가 제법 들어오지만 매물이 귀하다 보니 외부 충격으로 급매가 쏟아진다면 중국인들이 투자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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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이 들어서면서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등 부동산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홍대 상권의 경우 중국인들이 찾는 상가건물의 시세는 1년 전 3.3㎡당 5000만원 후반대였지만 현재 6000만원을 넘어섰다. 가로수길도 대로변은 3.3㎡당 1억~1억5000만원대이지만 중국인들이 시세 이상 가격으로 건물을 사들일 경우 주변 건물도 덩달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 투자자들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리단길 인근 D부동산 대표는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부동산을 사고팔기 때문에 한번 중국인 손에 넘어가면 그 부동산은 대대손손 중국인 소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는 주더라도 웬만해선 팔지 말자는 심리가 건물주와 중개업소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부동산을 빌려 다시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홍대와 이대 대학가를 비롯해 강남 성형외과 촌에서는 중국인들이 오피스텔을 빌린 뒤 ‘타오바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나 ‘위챗’ 등 모바일 SNS를 이용해 자국민 관광객에게 임대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받는 원룸형 오피스텔을 빌린 후 월세 100만원을 받는 단기 임대로 돌린다”며 “불법 영업인 경우에도 베트남 부동산 적발 가능성이 낮은 데다 꾸준한 성형 관광 수요 덕에 사드 등 한·중 관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정구 CBRE GI 전무는 “서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류나 국제신용도 차원에서도 부동산 투자 우선순위에 꼽힌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그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하노이 핵심 상권을 노리는 게 기본인 만큼 향후 강남 홍대 명동은 중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바오젠 거리 : 2011년 중국에서 보건제품을 판매하는 바오젠그룹이 우수 직원 아파트 공장 사무실 별장 인센티브 여행지로 제주를 택해 1만1000여 명의 여행단을 보내자 제주시가 화답으로 연동의 거리 이름에 기업 명칭을 붙이면서 생겼다. 기존에는 지역민이 애용하는 음식점과 옷가게, 술집 등이 많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자 중국인들이 건물에 직접 투자해 운영에 나서면서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점과 화장품 매장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다.

[임영신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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