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리사이클링 미래 주택시장 대세”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해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 들어선 ‘도서관 마을’(구립 도서관)은 겉과 속이 다른 건물이다. 겉보기엔 완전히 새 건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건물은 다세대ㆍ다가구주택 3채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준공된 지 20년쯤 된 집들이었다. 도서관 곳곳엔 예전에 지어진 다세대주택의 상징인 벽돌 외벽을 목격할 수 있다. 베트남 부동산 국토부는 이 건물에 올해 공공건축상 대상(국무총리상)을 줬다. 철거 대신 발전적 재생을 택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후 주택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세대주택이 앞으로 주택ㆍ건축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낡은 집을 깨끗하게 허물고 새 건물을 올리는 구도는 이제 한계에 하노이 아파트 다다랐다는 이유에서다. 구산동 구립 도서관 마을은 미래 주택ㆍ건축시장 판도를 미리 보는 ‘맛보기’인 셈이다.

26일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연 ‘국민이 행복한 건축 미래의 다세대 주택’이란 포럼에서는 다세대주택을 활용할 아이디어와 각종 제언이 쏟아졌다.

다세대주택은 그동안 아파트에 밀려 주택시장의 서자(庶子) 취급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집이 턱없이 모자라던 시절, 정부는 주도적으로 아파트 위주의 공급정책을 펼쳤다. 강남과 목동, 상계동의 아파트단지와 수도권 신도시는 그 결과물이다. 덕분에 온갖 주택 법령과 제도는 아파트를 공장 매물 우선순위로 고려해 짜인 것들이다.

전국엔 다세대주택이 189만여가구(2015 인구주택총조사) 있다.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6%로 아파트(59.9%), 일반단독주택(16.6%)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도시 안에 저밀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이런 지역을 사무실 별장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일부 구역에서만 사업이 성사됐고 나머지 구역은 새로운 개발 방식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제해성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도시의 저층시가지는 개발비용, 주변환경, 주민동의 등의 이유로 아파트로 다시 지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다세대주택 시장은 정책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비전문가가 주도하면서 품질ㆍ안전기준이 취약하고 보증제도도 갖추지 못했다”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왜곡된 시장 전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자리잡은 도서관마을 내부. 옛 주택의 벽돌 외벽을 그대로 살렸다. [사진=은평구청]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자리잡은 도서관마을 내부. 옛 주택의 오피스 임대 벽돌 외벽을 그대로 살렸다. [사진=은평구청]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동건 ㈜한샘 이사는 “현재의 저층 다세대를 상업기능을 갖춘 중층의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이사가 제시한 구체적인 다세대주택 활용론은 ▷표준화ㆍ모듈화(자재ㆍ설계 표준화) ▷건식화ㆍ조립식화(공장서 건물 요소 생산한 뒤 현장 조립) ▷공업화ㆍ산업화(대량생산화) 등으로 요약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다세대주택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으로 ‘품질ㆍ브랜드ㆍ디자인’을 꼽았다. 서 대표는 “상품개발에서 설계, 시공, 품질관리를 통합한 프로젝트 관리(PM)이 필요하고 수요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건축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다세대주택이 ‘슬럼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은영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다세대주택의 주택성능보증과 하자보증을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에서는 ‘빈집 등 소규모 주택 정비 특례법’을 준비하고 있다. 소규모 주택 정비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에서 기존에 없었던 자율주택정비사업 등의 개념이 담겼다. 지난 8월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공동발의했다. 11월 초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논의가 이뤄진다. 계획대로라면 12월에 이 법이 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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