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홍대앞, 가로수길.. ‘뜨는 동네’의 난민들

싸이와 테이크아웃드로잉, 리쌍과 우장창창….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떠오를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09년 홍대 앞 ‘두리반 사건’이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생소한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이 용어는 이제 건물주와 세입자, 들어온 자와 내쫓긴 자 베트남 부동산 간의 갈등을 표상하는 단어가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삭막한 도시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건물주 싸이와 세입자 테이크아웃드로잉(왼쪽 사진)의 갈등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홍대 주변 자영업자들(오른쪽)이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을 만들어 거리에서 시위하고 있다. 푸른숲  제공
건물주 싸이와 세입자 테이크아웃드로잉(왼쪽 사진)의 갈등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홍대 주변 공장 자영업자들(오른쪽)이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을 만들어 거리에서 시위하고 있다. 푸른숲 제공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문화·사회학·인류학·지리학 분야의 8명 학자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서촌,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동안 진행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썼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당사자인 동네 토박이, 세입자, 건물주, 자영업자, 문화예술인, 건축가, 마을활동가, 부동산 중개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심층 인터뷰가 엮어져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단순히 사회학적 갈등구도로 보기보다는 미시적·개인적 관점에서 접근해 “그러한 경험을 안고 살아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며 개인이 하노이 아파트 장소와 맺는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새로운 정착지에서 어떤 장소를 만드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겪게 되는 것이 ‘전치’(displacement·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밀려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전치를 비극적 결말로 다루기보다 그 이후 삶의 전개도 주목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전통적 중간계급인 젠트리(gentry)에서 나왔고 1960년대부터 영어권에서 쓰였다. 이 이론의 창시자인 닐 스미스와 데이비드 레이의 정의를 보면, “노동계급 주택 및 방치된 주택이 재생되어 그 지역이 중간계급의 동네로 변환되는 것”,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부동산 투자가 제한되었던 도심 동네가 상품화와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다. 중간계급을 사무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키는 행위자 즉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로 여긴다. 이 개념들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데, 서울의 경우 그중 한 양상을 보인다.

허름한 동네에 예술가의 작업실이 하나, 둘 들어서면, 3∼4년 뒤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오고, 다시 3∼4년 뒤에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들어온다. 이후에 그 동네는 소위 ‘뜨는 동네’, ‘핫 플레이스’로 언론에 소개되고 집값, 임대료가 상승하며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은 쫓겨나게 된다. 서울에서 별장 젠트리피케이션의 기본공식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젠트리파이어로 비판받아야 하는가. 예술가의 문화자본이 개발업자에 의해 경제자본으로 전화되는 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하는 것이 올바른 질문일 것이다. 책은 이들을 특정한 세대·집단으로 분류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났고, 대학에서 예술적·문화적 소양을 쌓았고 특정한 문화적 취향과 미학적 성향이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가장 고통받은 집단이면서도, 노예처럼 일하다가 50대 전후에 버려지는 삶을 절박하게 추구하지 않는다. 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해서 양가적이고 모순된 지위에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창의적 감각으로 어떤 장소의 가치를 끌어올리지만, 그 뒤에는 쫓겨나기에 바쁘다.

홍대는 그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홍대 지역의 발전은 예술가와 문화기업가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땀으로 이루어졌고 현재까지도 홍대가 인디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지위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홍대는 망했다’는 담론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는 홍대의 상업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을 뜻한다. 최근 홍대 상권이 상수동 연남동 등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홍대 젠트리피케이션과 ‘전치’의 산물이다. 과거 홍대를 대안문화의 성지로 꽃피웠던 이들 문화유민은 이제 홍대 주변 지역에서 새로운 ‘장소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양상이다. 2010년 즈음 홍대 앞, 삼청동, 가로수길에서 갑자기 오른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한강진길로 온 젊은 예술가들도 이미 절반은 떠났다. 싼 임대료에 이끌려 온 우사단길에서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던 젊은이들도 3년도 채 되지 않아 50% 이상 오른 임대료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이제 안전지대는 없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안정감의 상실, 무력감, 허무주의 등 감정적 괴로움을 호소한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요즘 이 용어를 사용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도시재생’을 운운하지만, 서울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무언가 해보려는 이들 문화유민에게 과연 희망이 있는가를 묻게 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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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베트남 부동산 공장 하노이 아파트 사무실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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