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급등했는데..지방은 ‘부익부 빈익빈’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가을 이사철을 맞았는데도 충북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과 베트남 부동산 광역시급 대도시의 아파트값이 6개월째 큰 폭 오름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지난해 6월=100)는 99로 전월대비 0.11% 하락했다. 지난 8월(-0.22%)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0.11%포인트 줄어든 것이지만, 올해 1월 100.2로 시작해 매달 하향곡선이다. 시·군별로는 충주·제천·음성의 경우 100 이상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특히 충북 수부도시인 청주는 98.1까지 떨어졌다.

청주를 중심으로 과잉 공급 물량 부담에 따른 아파트값 하락 우려가 시장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청주의 경우 향후 2∼3년간 무려 2만 가구의 신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3년래 착공한 아파트만도 23개 단지 1만7천여가구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입주 시기에 따라 아파트값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 실수요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시장 침체는 비단 충북만이 아니다. 대다수 지방 중소도시의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8개 시·도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하노이 아파트 전달보다 0,1%가 떨어져 1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매달 전달 대비 0.03∼0.18%씩 지속 하락한 수치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급 대도시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한 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서울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39% 오른 105.5로 기준치를 상회했다.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0.21% 오른 104,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는 0.1%가 오른 102.4를 기록했다.

서울은 저금리에 따른 실수요자의 거래와 재건축 투자수요 영향으로, 또 공장 매물 인천과 경기는 서울 인접 지역 또는 접근성이 양호한 외곽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감정원은 설명했다.

5대 광역시 중 특히 부산은 분양시장 과열과 외부 투자금 대거 유입, 재개발 등에 힘입어 지난달 아파트값 매매가격지수가 전달보다 0.47%나 급등하기도 했다.

아파트시장에서의 이런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온도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부동산 경기 흐름을 토대로 3개월 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조사한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를 보면 서울(123), 인천(122.5), 부산(120.4), 경기(114.9), 대전(108.9) 등은 기준치인 100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충북을 비롯한 기타 지방은 98.6에 그쳤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마다 재개발 등 변수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실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여겨지면서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간 양극화가 상당하다”며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아파트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으니 투자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섬이 있었다. 사람들은 초원과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 이곳에서 말과 양을 키웠다. 그러나 홍수 때만 되면 섬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게 문제였다. 차오르는 빗물에 도망치듯 섬을 빠져나오면 섬에서 가장 높은 양말산 봉우리만 고개를 내밀 뿐이었다. 우기 때마다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섬을 바라보던 사람들은’너나 가지라’는 뜻으로’너 여(汝)’ 자를 붙여’여의도’라 불렀다.
그랬던 여의도가 지금은 서로 갖고 싶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1970년대 중·후반 16개 단지 총 7787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며 부촌으로 입지를 다진 사무실 별장 지 30여 년 만이다. 금융·증권·방송사 등을 흡수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업무 중심지로 발돋움한 게’개발 1막’이었다면, 최근 지은 지 30년 넘은 단지들이 초고층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재건축 이슈가 다시 여의도를 달구고 있다.’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한강변 개발 계획, 백화점 사업까지 속속 발표되면서’개발 2막’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던 파크원 대지에 최근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오기로 하면서 인근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던 파크원 대지에 최근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오기로 하면서 인근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9월 24일 오전 10시 서울메트로 9호선 샛강역 인근 여의도 침례교회에는 주민 5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산한 주말 오전 수백 명을 불러 모은 원동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전용면적 60~156㎡, 1584가구)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KB부동산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을 초청해 진행한’신탁개발 방식 재건축 설명회’였다. 총 250석 규모의 침례교회 3층 강당은 설명회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실제로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시범아파트 주민 360명이 신탁개발 방식 재건축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르면 11월 신탁사를 선정한 뒤 양해각서(MOU)를 맺고 재건축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근 여의도복지관에서 공작아파트(전용면적 43~126㎡, 373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열린 설명회에도 141명이 참석했다. 설명회 후 가진 현장 설문조사에서 신탁개발 방식 재건축에 동의한다는 응답자가 전체 참석자의 89%인 126명이나 됐다.

재건축 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아파트값은 가파른 오름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0.96㎡ 주택형은 이달 현재 7억5000만 원으로 지난해 9월(6억1000만 원)보다 1억4000만 원이나 올랐다. 1년 만에 아파트값이 23% 뛰며 종전 최고가였던 2010년 4월 가격(7억4000만 원)마저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공작아파트 전용면적 43.54㎡형도 두 달 동안 1억 원 넘게 오른 5억7000만 원으로 뛰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물꼬를 트면서 아파트 매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급증했지만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말했다.

최근 공급과잉 우려에 수익률이 갈수록 줄고 있는 오피스텔도 여의도에서만큼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9월 22일부터 계약에 나선 여의도 D오피스텔(전용면적 22~41㎡, 410실)은 이틀 만에 물량 대부분이 계약됐다. 풍부한 배후 수요를 갖췄지만 지난 10년간 이렇다 할 오피스텔 분양이 없던 상황이 높은 인기로 이어진 것이다.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지만 오피스텔 공급이 적다 보니 투자 목적으로 계약에 나선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잠잠하던 여의도가 달아오른 데는 내년 말 유예가 끝나는’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영향이 크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조합원 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 원을 웃돌면 이익금의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제도로,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6년 도입됐다. 2014년 초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새누리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내림세인 데다 주택 보급률, 인구 변화 등을 근거로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자 폐지 대신 유예를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또 유예될 가능성을 바라기보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자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여의도 개발 호재도 재건축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는’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여의도를 광화문(한양도성), 강남과 함께 3대 도심 가운데 하나로 격상하고 상업·준주거지역에 51층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도 주상복합아파트는 50층까지 허용된다. 상업·준주거지역이 없어 최고 35층 이하로 못 박힌 압구정, 반포, 이촌과 비교해 한결 여유로운 셈이다.

한강을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와 이촌 한강변에 2019년까지 총 4000억 원을 투자해 문화·상업·전시공간을 갖춘 수변 문화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신규 면세점 입점 등으로 관광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먼저 개발했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2021년 개통을 목표로 여의도동 샛강역과 신림동 서울대 정문을 잇는 총길이 7.8km의 신림 경전철이 이달 착공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7년 6월 첫 공사 이후 9년 넘게 방치돼온 파크원 대지도 비로소 개발 물꼬가 터졌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2번지 일대’파크원(Parc1)’ 내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9월 27일 파크원 개발시행사인 ㈜Y22와 임차 기간 최대 20년에 연간 임차료 300억 원 수준의 본계약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이곳에 서울 최대 규모(지하 7층~지상 9층)의 초대형 백화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로 수도권에서 가장 큰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에 버금간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인기가 치솟는 여의도 주택시장이지만 꼼꼼히 따져봐야 할 점도 적잖다. 정부가 과열된 재건축시장을 잡기 위해 규제 카드를 하나 둘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분양가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고 일반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심사 강화에 나섰다.

실제로 HUG는 이른바’110%룰’을 적용해 직전에 분양했던 인근 사업장 분양가의 110%를 넘지 못하게 막아왔지만 거듭된 분양가 상승 우려에 심사 기준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HUG는 9월 초’1년 이내 공급된 인근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를 초과하면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오피스 임대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분양보증 심사 기준을 110%에서 100%로 내리기로 했다. 여의도 재건축 일반 분양이 가구당 9억 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전체 16개 단지 가운데 재건축조합을 설립한 단지가 없어 재건축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현재 시범·목화·광장·미성·수정 아파트 등 5개 단지만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집주인도 적잖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앞으로 1~2년간 시장 오름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강남발(發) 부동산시장 열기가 올가을부터 강북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면서도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칠 개연성이 있는 데다 여의도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시기와 입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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