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15억인데 전세보증금 2억 한푼도 못받은 사연

최근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무리하게 은행 돈을 빌려 집에 투자했다가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멀쩡한 세입자들이 자칫하면 보증금을 날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세입자들이 법원 경매 제도를 잘 몰랐다가 피 같은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까지 있어 주의해야 한다.

11일 부동산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경매에 나오는 이른바 ‘깡통전세’ 물건이 늘어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깡통전세란 주택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 낙찰가격이 전세금보다 낮아 세입자가 전세금을 완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오피스 임대 또는 낙찰가격에서 각종 대출을 제하고 나면 전세금을 모두 돌려줄 수 없는 경우에도 해당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의 전세가율은 68.0%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는 75.5%로, 1998년 12월(50.8%)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경매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잃을 위험도 커진 셈”이라 지적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7년간 반전세로 거주한 A씨는 한순간 불찰로 전세보증금 1억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아파트가 경매에서 약 15억원에 낙찰됐지만 A씨는 2억원도 안 되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던 것이다.

A씨가 세 들었던 아파트도 처음부터 집주인 대출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A씨가 임대차 계약한 2009년만 해도 4억원 정도의 대출만 있었다. 하지만 A씨가 수차례 재계약하는 사이 집주인의 대출액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A씨는 이를 간과했고 지난해 11월 이 집은 결국 경매에 부쳐졌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배당권리 신청을 안했다는 점이다. 경매의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경매에 앞서 직접 법원에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실제 법원은 A씨에게 올해 2월15일까지 배당권리를 신청하라고 통지했다. 하지만 경매 제도에 무지했던 A씨는 날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기한을 넘긴 8월이 돼서야 배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미 배당권리를 상실한 A씨는 빈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경매업계 관계자는 “배당권리는 베트남 부동산 반드시 법원에서 정한 기한(배당요구종기일) 내에 신청해야 효력이 있다”며 “이 기한이 끝나면 배당권리를 신청해도 인정받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 재계약 시 그간 집주인의 대출 규모가 늘어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집값 대비 대출이 많다면 재계약에 신중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전세를 살던 홍정민(41)씨는 지난달 인근의 전용면적 59㎡(옛 25평)형 아파트를 사기로 계약했다. 은행 대출 이자가 싼 데다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어서다. 이달 말 잔금 납부 때까지 전세보증금을 빼고 모자라는 돈은 은행 대출로 충당할 계획이다. 홍씨는 “은행 빚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칠 것 같아 계약했다”라고 말했다.
8월 주택시장이 한여름 폭염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택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비수기를 무색게 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9만81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6만8000여 건)보다는 45.1% 늘었다. 국토부가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8월 한 달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특히 서울에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2만1649건으로 1년 전보다 15.6%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의 세 배가 넘는다. 그 중심엔 강남권이 있다. 강남 3구의 지난달 매매거래량은 3254건으로, 1년 전보다 21.4%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8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128.4% 급증했다. 반면 지방 주택매매는 4만1338건으로 지난해 8월보다 6.5%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도 커졌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전국 집값이 7월보다 0.07%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올 들어 가장 큰 오름폭이다. 서울 집값이 0.26% 상승해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역시 강남권이 주도했다.

여름철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건 저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수요가 유입되고 하노이 아파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하고 있다. 은행 대출 부담이 크지 않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는 물론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수요까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그 여파가 강북 재개발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저금리와 집값 상승 기대감 등이 기본으로 깔려 투자자의 매매 욕구를 부추겼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중개업소 서재필 대표는 “이달 매매거래한 아파트 10건 중 7건 정도가 투자자들이 계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세난도 한몫했다. 지난달 주택 유형별로 아파트(3.3%)보다 연립·다세대(12.2%)의 매매거래 증가율이 높았던 것도 그 영향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경기권의 아파트로 옮기거나, 서울의 다세대나 연립주택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눈높이를 낮춰 집을 샀다는 얘기다.

애초 주택시장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혔던 금리 인상 가능성, 공급 과잉 우려 등이 둔감해진 것도 주택시장이 뜨거워진 요인으로 꼽힌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 초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심리적인 불안감 측면에선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시장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데다 호조를 꺾을 만한 변수도 없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신호를 시장에 잘못 줘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공장 매물 나오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규제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위원은 “서울·수도권 위주로 소형 주택 거래나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반면 지방은 침체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임대차 거래도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전·월세 사무실 별장 거래량은 12만5228건으로 7월보다는 13.6%, 지난해 8월보다는 6.8% 각각 증가했다. 서울의 전·월세 거래는 지난해 8월보다 5.4% 늘었고 지방은 6.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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