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족쇄’ 압구정 재건축 주춤 대체 투자지로 잠실-반포 부상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대장주로 꼽히던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이 35층 층수 규제에 묶이면서 주춤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단기간 가파르게 오르던 시세도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인다. 이에 따라 잠실, 반포 일대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는 등 한강변 재건축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베트남 부동산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개발기본계획’에 따라 관리하던 압구정 아파트 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하기로 하고 13일부터 주민공람 공고를 통해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시는 압구정 미성·현대·신현대·한양아파트 등 1만여 채와 현대백화점 본점, SM 본사, 갤러리아 명품관 등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또 최고 층수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에 따라 50층이 아닌 35층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압구정동은 실망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주민들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층 타워형이나 ‘커튼월’(건물 외벽을 유리나 금속 등으로 시공) 신축을 선호했지만 층수가 묶이면서 판상형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단지별로 이해관계와 대지 지분이 달라 하노이 아파트 통합재건축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압구정동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달엔 1억5000만 원 이상 올랐는데 이달 들어 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졌고,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대체재’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강변 10억 원대 단지에 8000명 이상의 청약자가 몰리는 등 시중 유동자금은 충분한 상태여서 저금리에 이들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강남권 한강변에서 50층 이상 신축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상업 및 준주거지역)인 잠실이 첫 대안으로 꼽힌다. 이미 일부 동을 50층 주상복합으로 설계 확정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잠실과 마찬가지로 50층 이상 지을 수 있는 여의도, 공장 매물 압구정의 뒤를 잇는 부촌인 서초구 반포·잠원동 등도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강남권 한강변 재건축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 서초 및 잠실 한강변 단지들은 기본적으로 9억 원 이상 중도금 규제 대상인 데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압구정 이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잠실도 일부 동만 50층으로 계획됐고, 이마저도 조합 뜻대로 될지는 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재건축의 경우 사무실 별장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간이 많이 남은 단지일수록 향후 전망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일본과 다릅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 그 한 이유죠.”

채미옥(61)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1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은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에 따라 주택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60대 이상이 최근 5년간 주택 구입을 늘리며 부동산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 원장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60세 이상 연령층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구매층으로 부상했다”면서 “고령화로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에서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에서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국토연구원에서 35년간 근무하며 토지주택연구실장, 문화국토전략센터장을 역임한 채 원장은 2014년부터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국내 토지와 공시지가, 주택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항상 주택시장을 두고 거론됐던 것이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인구 절벽 등의 리스크였다”며 “실제로 그런지 검증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집을 팔아서 자식들에게 주고, 자녀들 집에 들어가서 살았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저만 해도 60이 넘었는데 주택시장에서 나갈 생각이 추호도 없거든요. 60대가 새로운 주택 소비층으로 등장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주택 시장을 전망하는 데 큰 시사점을 줬다고 봅니다.”

채 원장은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저성장이라는 큰 흐름은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많이 다르다는 것. 구체적으로 일본은 1998년 이후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37년까지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구 1000명당 주택 수에서 한국은 일본(476.3가구)보다 작은 380.5가구에 불과하다. 일본은 주택을 평균 54년을 쓰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31년 정도 사용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전체 인구 오피스 임대 중 2.7%에 달하는 외국인 인구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데, 앞으로 외국인들 주택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여러 측면을 종합하면 일본과 같은 주택시장 장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채 원장은 “우리가 부동산 시장을 좀 덤덤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입지별 양극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등락이 나타나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가격 폭락’ ‘시장 절벽’이라는 식으로 반응하지 말고, 큰 바다에 이는 작은 파랑 정도로 바라봐야할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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