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편집자주]
[[‘빚 내서 집사라’ 등 떠민 부동산대책]<1>주택매매 활성화에 집중, 서민주거안정은 ‘뒷전’]
박근혜정부는 2013년 2월 출범 이후 최근까지 모두 13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3개월에 한 번꼴로 새로운 대책이 나온 셈인데 주택공급량 조절에서부터 세제·금융지원에 이르기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이 망라됐다.
하지만 대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은 오르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최우선 과제인 ‘서민주거안정’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집값이 급락할 경우 막대한 가계 빚이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마저 베트남 부동산 나오고 있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2013년 ‘4·1 종합부동산대책’부터 이달 ‘8·25 가계부채대책’까지 총 13번의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이들 대책의 핵심 내용은 ‘주택매매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경기 부양’이었다.
정부의 매매 유도 정책은 첫 대책인 ‘4·1 대책’에서 선 굵게 전달됐다. 정부는 1년간 미분양주택과 신규 분양은 물론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했고 일정 기준 이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줬다. 공공분양 주택을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 이하로 축소해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것도 이때다.
‘4·1대책’에서 확인된 매매 유도 정책은 그해 ‘7·24 후속조치’로 이어졌다. 분양이 주류인 보금자리를 축소하는 등 4년간 공공분양을 11만9000가구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후 “전·월세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나온 ‘8·28 전·월세대책’은 한때 ‘로또’라고 불렸던 ‘공유형 모기지’가 등장한 계기가 됐다. 이 상품은 주택매매 이후 20년간 수익 또는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모기지로 이자율이 1%대에 불과해 신청자가 몰렸다.
전·월세대책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빚 내서 집사라’는 정책이었다. 주택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1~3%로 차등 인하한 것도 매매 진작이 목적이었다.
’12·3 후속조치’는 정부의 무리한 주택정책의 출구전략 기회로 활용됐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Ⅱ’는 폐기되고 서민을 위한 행복주택은 20만가구에서 30% 줄인 14만가구로 축소됐다.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도 추진됐다.
2년차인 2014년엔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7·24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 △9·1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 △10·30 서민주거비 부담완화방안 등 총 4가지 부동산대책을 선보였다. 하나같이 ‘서민주거안정’을 내세웠지만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심리 완화가 하노이 아파트 목표였다.
가장 파급력이 컸던 대책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선임되고 내놓은 ‘7·24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해 수도권·지방 상관없이 70%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9·1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통해선 재건축 연한을 완화했고 청약제도를 개편해 1순위가 손쉽게 되도록 했다.
지난해 부동산정책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육성으로 요약된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전세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빚 내서 집사라’는 정부 기조가 바뀐 것은 긍정적이나 2~3년의 건설기간이 필요해 당장 효과를 볼 수 없는 대책이다.
정부가 이렇듯 ‘찔끔대책’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가계부채는 사실상 방치돼 올해 말이면 1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지난 25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부동산 부양정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4·1 대책’과 마찬가지로 공공택지 물량을 감축하고 인허가를 까다롭게 해 주택 공급물량을 축소하는 게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집주인 위주의 대책만 쏟아내 왔다”며 “빚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소비가 위축돼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돈을 꿔준 금융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정부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으나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핵심이 빠진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국토교통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간신히 살아난 부동산 경기를 꺼트리지 않는 선에서 시장 과열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 없이는 공급 과잉 이슈와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수 없는 게 현 상황이라 내심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29일 세종시 공장 매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6만 5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보다 18.4% 증가한 35만 500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 물량이 쏟아졌지만 올해 7월까지 신규 분양은 3.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김 차관은 “지난해 공급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부 지역의 공급 과잉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미분양이 큰 지역에서 추가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전했다.
◇공급 줄이겠다지만 효과는 ‘미지수’
이처럼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건설사들은 2018년까지 분양할 택지를 확보해놓은 상태라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택지 분양은 보통 1~2년 정도 걸리고 건설사가 토지 매입 후 분양까지 2~3년 걸려 당장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하다.
실제 9월 수도권 분양물량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3만2042가구로, 전월 대비 무려 33% 증가한 수치다. 10월 이후 분양 물량도 전년 대비 적지 않은 19만 가구가 대기 중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건설사들은 규제가 강해지기 전에 단기간에 분양 물량을 쏟아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분양가 논란을 막기 위해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를 규제했지만 오히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몰려 청약경쟁률 100대 1이 나왔다”면서 “이번 대책 역시 공급 물량을 줄인다는 시그널로 인해 건설사도 단기간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정부가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동탄2신도시 등의 분양 시장이 급격히 위축했지만 올해 3~4월 들어 다시 살아났다”면서 “이번 대책 역시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곧 예전 시장 분위기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부진 ‘건설사’ 위해 분양 시장 ‘활로’ 열어줘
이처럼 정부가 분양 시장을 직접 조일 수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청약 자격 1순위 조건 변경, DTI·LTV 강화 등을 내놓지 않은 것은 건설사들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건설사들이 의지할 곳은 국내 주택 시장 밖에 없다. 해외 건설 사무실 별장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7.5% 격감한 정도로 위축돼 있고,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마저 1조9000억원(8.2%)이나 역대 최고로 감액됐다.
대형 건설사들이 과거 저가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낼 수 있는 것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내 주택 시장의 활기 덕이다.
이렇다 보니 가계부채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달리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시장 규제에 좀 더 복잡하고 보수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분양 시장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분양 시장마저 위축되면 건설업계가 급격히 어려워질 수 있었는데 다행히 정부의 규제가 약해 좀 안심이다”고 전했다.
◇공급 과잉 부작용 막기 위해 미분양 우려 지역 관리 ‘필요’
문제는 국토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는 데 자칫 늦게 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나타났던 심각한 미입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분양가 수준이 적정한 편이고 저금리 기조를 고려할 때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분양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일부 지역에서 공급 과잉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잖다.
이와 더불어 연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서 국내 금리도 동반 인상되면 이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커져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차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우려 지역 23곳을 관리하고 오피스 임대 있으며, 상황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다”며 “이미 사업이 진행하는 사업장은 자체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등 시그널 효과도 어느 정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