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잠실·목동 등 재건축 10년 안팎 남은 아파트들도 ‘품귀’…연초 대비 1~2억 매매가 상승]
#1.서울 논현동에 사는 60대 박모씨는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아들을 생각하며 요즘 틈날 때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고 있다. 짝을 만나 결혼할 때 신혼집으로 쓸 집을 미리 사뒀다 물려주기 위해서다. 박씨는 짧으면 4~5년, 길면 10년 정도 지나면 재건축 연한이 돌아오는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몇 곳을 둘러보고 계약을 고심 중이다. 재건축이 임박한 강남권 다른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교육 환경도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2.서울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김모씨는 잠실이나 목동 일대 재건축 연한이 10년 안팎 남은 아파트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잠실이나 목동과 같이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라면 금리가 낮은 지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요즘 강남이나 여의도처럼 재건축이 임박하면 1년도 안돼 수억원씩 오르는 걸 보면 지금밖에 살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급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연한이 10년 가까이 남은 단지들에까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가격이 2억~3억원 뛴 강남 재건축 단지의 사례가 베트남 부동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투자 신뢰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특히 교통·교육 여건이 좋은 잠실, 목동 지역은 재건축 시기를 가리지 않고 투자가 몰려 이미 매물이 동난 상태다. 투자 문의가 줄을 잇는 가운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급등을 눈으로 하노이 아파트 확인한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거둬들인 결과다. 잠실, 목동의 일부 아파트 단지는 상반기에 비해 1억~2억원이 오른 가격대에도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잠실지역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장미, 진주, 미성 등 송파구 신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재건축 연한이 10년 안팎 남은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최근에 이미 거래가 많이 이뤄져 이제 남은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은 많이 남았지만 주변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자산이 많지 않은 20~30대 직장인이나 자녀에게 공장 매물 물려줄 장기 투자처를 찾는 장년층 중에는 아직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단지만을 찾는 분들도 있다”며 “(재건축 연한이 다가올수록) 꾸준히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이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부터 완공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 있는 데다 중간에 부동산 경기 침체나 금리 인상, 정부 정책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투자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오를 대로 오른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어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적정 수준인지, 사업추진이 원활한지, 장기 투자가치가 높은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과열 시기보다는 외부 변수로 한 번씩 가격이 주춤할 때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한모(39)씨는 지난 여름부터 경기도 성남시에서 전셋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전세 계약을 하지 못했다. 전세금액에 부합하는 순수 전세 물건을 구하기 힘든 데다 대부분이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준전세가 늘어나서다. 한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은 보증금에 월세를 내야 하더라”며 “보증금 이자도 벅찬데 월세까지 감당하기 힘들어 외곽의 빌라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짙어졌다. 아파트보다 서민이 많은 다세대ㆍ연립의 월세 비중은 더 높았다. ‘빌려’ 살수록 거주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구로구의 한 빌라밀집지역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짙어졌다. 아파트보다 서민이 많은 다세대ㆍ연립의 월세 비중은 더 높았다. ‘빌려’ 살수록 거주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구로구의 한 사무실 별장 빌라밀집지역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순수 전세보다 준전세나 준월세가 많아져서다. 초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은 전세 물건을 매매나 월세로 돌렸다. 보증금이 월세액의 12배 이하면 월세, 12~240배면 준월세, 240배를 초과하면 준전세에 포함된다.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 거래건수는 증가추세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8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준전세 거래 건수는 1만976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6135건)보다 22.4% 늘어난 규모다.
보증금은 적지만 월세가 비싼 준월세 거래량은 되레 줄었다. 올해 1월~ 8월까지 서울의 준월세 거래건수는 1만9733건으로 지난해(2만1537건)보다 8.3%가량 감소했다. 월세를 통한 임대수익을 선호하는 집주인과 달리 세입자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는 의미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2년마다 전세금을 올리기 힘든 세입자 입장에서는 준월세보다 준전세를 선호한다”면서 “전셋값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순수 전세가 줄고 오피스 임대 준전세ㆍ준월세가 늘어 서민은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 다변화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근거는 축적된 자료다. 올해 초 한국도시연구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국토부 주택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국 준전세 가구의 가구당 주거비(월세에 보증금 포함)는 2011년 1억원에서 지난해 2억495만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준전세가 상승률은 104.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매매가가 29.3%, 전셋값이 35.8%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목돈이 없거나 대출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미룬 주거약자의 주름살이 깊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가 올해 6월~8월까지 3개월간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ㆍ월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월세 비중(전ㆍ월세 거래량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3.2%였다. 월세거래 비중이 가장 큰 구는 종로구(45.1%)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월세 비중(50.9%ㆍ부동산인포 집계)보다 줄었지만,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 비중(40.4%)보다는 높다.
전국 월세비중. [자료=국토교통부]
전국 월세비중. [자료=국토교통부]
서민이 많이 찾는 서울의 다세대ㆍ연립 월세 비중은 37.3%로 아파트보다 높았다. 이른바 빌라로 대변되는 주택형에 사는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월세 비중이 40%를 넘는 지역은 강남, 노원, 마포, 성북, 송파, 종로, 중구 등이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이 40%를 넘는 구가 단 세 곳(동대문구ㆍ종로구ㆍ중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월세가 싼 빌라 밀집지역일수록 매달 지급하는 주거비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역전세난이 불거졌던 일부 지역에선 월세 비중 30%대가 무너졌다. 강동구, 강서구, 양천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의 다세대ㆍ연립 월세 비중은 각각 29.5%, 29.9%, 29.6%로 나타났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강서구는 아파트 월세 비중이 25.5%로 서울시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인근 위례나 하남미사신도시등으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서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ㆍ월세가 폭등하면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이탈했다”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공급 물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저금리 영향으로 주거약자의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