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 전셋값 폭등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전세가에 못미치는 ‘깡통전세’ 아파트가 늘 전망이다. 만약 경매낙찰된 아파트에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을 경우 전세금을 돌려주기가 어려워 피해나 분쟁이 우려된다.
6일 부동산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경매낙찰된 1만698가구 주택 중 절반 이상인 55.6%에 세입자가 살고 있어 보증금을 반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전세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베트남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의 전세가율은 68%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75.5%로 1998년 12월(50.8%)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집값 하락이 전망되면서 세입자들은 내집 마련을 피하려고 고액의 전세를 마다하지 않고 재계약하는 데다 집주인의 대출연체 등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땐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높게 형성돼 있어 낙찰대금으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선순위 은행저당권을 모르고 임대차계약을 하노이 아파트 맺은 경우를 제외하면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적으로 전세물량을 늘리거나 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전세공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8·25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연일 치솟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정책의 시행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8·25 가계 부채 대책은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을 줄여 아파트 분양과 맞물려 있는 ‘집단 대출’을 공장 매물 억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25 가계 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5일 밝혔다. 원래 11월로 예정된 집단 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고삐 죄기를 10월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집단 대출 억제 조기 시행
금융위는 당초 11월부터 금융회사가 집단 대출을 받는 고객의 소득을 확인하도록 한 절차를 10월부터 시작하기로 시점을 당겼다. 금융사가 소득 증빙 자료를 받아 따져본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경우는 집단 대출이 거부될 수도 있다.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집단 대출 보증 건수를 기존 일인당 4건에서 2건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다음 달 중이 아닌 10월 1일부터 바로 적용키로 했다. 이 역시 대출 보증 한도를 줄임으로써 과도한 투기적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걸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지금까지 집단 대출은 돈 빌리는 사람의 소득 심사나 상환 능력에 대한 사무실 별장 판단 없이 이뤄졌다. 느슨한 대출 규제 아래 지난 6월 말 은행권 집단 대출 잔액은 122조2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1조9000억원 늘어나 전체 가계 부채 증가액의 22%를 차지했다. 집단 대출이 2012~15년 상반기 평균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을 봤을 때 올해 상반기의 증가세는 이례적이었다.
제2금융권 가계 부채 관리 방안도 조기 시행된다. 금융위는 토지·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겨 다음 달부터 강화한다. 이에 따라 LTV 기준은 기존 50~80%에서 40~70%로 낮아진다. 담보 가치가 1억원일 경우 기존엔 5000만~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는데, 4000만~7000만원으로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4분기(10~12월) 중 도입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 신용 대출 심사 시 돈 빌리는 사람의 다른 대출 정보를 취합해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심사 시스템(DSR)을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으나, 도입 시기를 앞당겨 연내에 시행하기로 했다. DSR이 시행되면 빚이 많은 사람은 대출이 더 제한된다.
◇임 위원장, 8·25 가계 부채 대책 적극 방어
8·25 대책에 주택 공급 축소가 담긴 반면,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주택 대출 억제책이 포함되지 않자, 부동산 시장에선 강남권 재건축 단지 호가가 2000만원 오르는 등 집값 상승의 오피스 임대 기대감이 빠르게 퍼졌다. 일각에선 “가계 부채 대책이 아니라 집값 부양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임 위원장은 이날 8·25 가계 부채 대책을 적극 방어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임 위원장은 “미분양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공급을 축소하는 반면 수요가 있는 수도권은 적정 공급이 되도록 하는 ‘파인 튜닝(미세 조정)’이 기본 방침”이라며 “이런 목적을 갖고 공급 대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주택 공급 조절은 주택 시장 전체 공급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지역별 수요·공급 요건을 보면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단순히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강하게 적용하는 수요 대책의 경우 주택 시장 경착륙(가격 급락)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