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작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을 뗀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재개발이란 단어는 금기시됐는데 최근 주민대표회의가 새롭게 꾸려지고 재개발 사업자도 지정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일 백사마을에서 만난 장모씨는 최근 백사마을 하노이 부동산 재개발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주민 서너 명만 모이면 으레 재개발 이야기를 한다”며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서울시와 주민대표·LH 사이 갈등에 표류했던 백사마을 재개발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다.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에 자리잡고 있어 백사마을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곳이다. 이 곳은 1967년 정부의 서울 도심 개발로 청계천, 영등포, 용산 등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이 이주·형성한 마을이다. 형편이 어려웠던 이주민들은 개발은 커녕 제대로 된 집도 짓기 어려웠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인근 지역은 개발이 됐지만 백사마을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여전히 보일러보다 연탄을 사용하는 집들이 더 많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낡은 주택이 즐비하다.
이런 백사마을에도 재개발의 바람이 없어던 것은 아니다. 백사마을의 재개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고 지난 2008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풀리면서 본격화됐다. 서울시도 백사마을의 빠른 재개발을 위해 용도변경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런 분위기에 베트남 부동산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원주민들과 투자자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됐고 재개발 정비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사업자인 LH가 철수하면서 재개발은 표류했다.
사업 시행자인 LH가 물러난 주된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백사마을 재개발을 두고 ‘보존형 개발’ 방식을 제안했다. 정비사업지를 전면철거하고 재개발하는 것과 달리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구역 내 일부 저층주거지를 보존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 이에 지난 2012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전체 18만8900㎡의 백사마을 재개발 면적 중 4만2773㎡(22.6%)를 ‘저층 주거보전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LH와 주민대표회의 측은 서울시의 계획은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1월 LH는 관할구청인 노원구청에 사업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LH 관계자는 “통상 비례율이 100%는 넘어야 재개발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서울시 계획대로 조사하니 비례율이 60% 내외로 나왔다”고 말했다.
과거 재개발 관련 주민대표회의의 안내문이 빈집에 붙어있다.© News1
과거 재개발 관련 주민대표회의의 안내문이 빈집에 붙어있다.© News1
◇주민대표·SH공사, 재개발 MOU 체결 임박…”소형 늘려 사업성 확대할 것”
표류하던 백사마을 재개발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재개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새로운 주민대표회의가 꾸려졌다. 새 주민대표회의는 토지소유자의 77%의 찬성을 받았고 지난달 10일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달라고 노원구청에 하노이 아파트 요청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지난달 24일 노원구청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 황진숙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다음 주까지 SH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라며 “4월말까지 24평(전용면적 76㎡) 등 소형평형을 늘린 정비계획변경안 작업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백사마을 내 ‘평화의 집’에서 만난 70대의 한 주민은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재개발 바람 잡는데 이번에도 똑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34평(전용면적 84㎡)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3억원이 더 필요하다는데 원주민 중에 그 정도 돈이 되는 집이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분담금과 관련해 주민대표측은 크게 문제가 될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진숙 위원장은 “재개발이 되면 임대주택이 615가구가 들어서는데 이 곳에 사는 분들이 충분히 입주하고 남을 물량”이라며 “남는 물량은 서울시에서 임대를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난관은 SH공사의 판단이다. SH공사는 주민대표측과 MOU를 맺고 사업 타당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59㎡ 등 기존 계획에 없던 소형을 공급하고 분양가구수도 1720가구에서 2000가구 내외로 늘릴 계획이다.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나 내부적으론 여전히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진행되고 사업성 조사로 본격화되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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