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동부건설(005960)이 2010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분양한 ‘흑석 한강 센트레빌 2차’(흑석뉴타운 6구역).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가깝고 한강과 인접한 준강남권이었지만 2013년 입주를 마무리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미분양 상태를 면치 못했다. 결국 동부건설이 할인 분양에 나선 후에야 ‘완판’(완전 판매)이 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7억원을 거뜬히 넘는다. 불과 몇 개월 전 만에도 저층의 경우 6억원 대에도 거래됐지만 이제는 그 가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흑석뉴타운 7구역을 재개발한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가 얼마 전 고분양가 논란에도 아주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되지 않았냐”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흑석동의 미래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 비싸게 분양될 거야” 재건축 아파트 계단식 상승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아파트들이 잇따라 청약 대박을 터트리면서 주변 아파트값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의 고분양가 책정→주변 집값 상승→인근 단지 분양가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집값 구도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당초 계획했던 수준보다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몸값이 껑충 뛰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도 지난 7월 분양된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삼익그린맨션 1차 재건축 단지)의 분양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조합이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2000만원대로 책정하려다가 2300만원으로 올렸는데도 1순위에서 평균 39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됐다. 분양 계약도 조기에 마무리됐다.
그러자 주변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 가격도 일제히 뛰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고덕주공 3·5·6·7단지가 있는 상일동의 경우 지난 7월 3.3㎡당 2735만원이었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2877만원으로 올랐다. 한 달 새 집값이 5.2% 뛴 것이다.
올 상반기 강남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구 개포동도 분양 성공 소식이 들릴 때마다 계단식 상승했다. 올 들어 개포동 아파트 매매가가 꾸준히 올랐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모두 개포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일원동 현대아파트(래미안 루체하임)이 성공적으로 분양한 직후였던 4월과 7월 두 차례뿐이었다.
◇“아파트값 상승 원인 꼼꼼히 따져야”
재건축 단지 뿐만 아니라 일반아파트 역시 주변에 고분양가 아파트가 분양된 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일산신도시다. 고양시 장항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모두 1994년도에 입주했기 때문에 재건축 이슈가 가시화될 시점도 아니다. 그러나 장항동 아파트값은 4월까지 3.3㎡당 1151만원을 유지하다가 5월 1158만원으로 소폭 상승하더니 8월 현재 1207만원까지 올라갔다. 이는 지난 4월 말 분양된 ‘킨텍스 원시티’가 모멘텀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일산신도시 분양시장에서 3.3㎡당 평균 분양가 1500만원은 20년 넘게 ‘마(魔)의 장벽’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3.3㎡당 1530만원이라는 분양가를 내세운 킨텍스 원시티가 전타입 1순위 청약 마감한 이후로 이 일대 부동산 시장 분위기 확 달라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K-컬쳐밸리 조성 등 기존 개발 호재가 있는 상황에서 킨텍스 원시티가 분양 대박을 터트리다 보니 이쪽(일산신도시)이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돌며 투자자들이 몰려 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아파트가 고가에 분양됐다고 해서 주변 아파트 가치가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도 분양 승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이런 가격 상승세가 수급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거품에 불과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기업들 “남는 공간 임대 허용해달라”, 시 “임대 허용 필요성은 인정”]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하는 강서구 마곡동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들의 건물 임대를 불허한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들은 남는 공간을 계열사나 관련 중견·중소기업에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시는 또 다른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임대 허용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어 조만간 규제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입주 예정인 기업 조감도./@머니투데이 DB.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입주 예정인 기업 조감도./@머니투데이 DB.
7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 필지를 사서 건물을 지어 입주할 예정인 LG,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입주 후 남는 공간에 대한 임대가 가능토록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분양필지의 경우 업종에 관계 없이 임대 자체가 전면 금지돼 있다.
SH공사와 서울투자운용(서울리츠)도 최근 마곡산업단지 부지에 일반공모로 건물을 지어 중견·중소기업에 임대하는 리츠를 임대 허용을 전제로 준비 중이다. 현재로선 임대 불허 규정이 공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돼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리츠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들은 땅을 사서 건물을 짓더라도 통째로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며 “대기업들도 건물을 전체 다 쓸 수 없으니 계열사나 거래를 하는 중견·중소기업에 임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업단지 활성화 차원에서 분양필지 임대불허 규정을 풀어주자는 의견과 원칙대로 하자는 의견이 부딪히는 실정”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부분적으로라도 임대 허용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서울시도 분양필지를 사서 건물을 짓고 입주하는 기업들이 LG, 코오롱, 롯데 등 대기업들 위주여서 중견·중소기업 입주를 통한 산업단지 활성화 차원에서 임대 허용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는 공간을 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임대수익 창출에 주력하게 될 경우 산업단지 조성 본래 취지에 어긋날 수 있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를 고려해 대기업 계열사나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있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임대만 일부 허용하거나 민간과 공공을 나눠 공기업에만 임대를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원칙적으로 임대가 불가능하게 돼 있는데 향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시에서도 기업들의 요청에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방향이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시는 마곡산업단지를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제조·유통·판매 등 융복합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제조 기능으로 입주 기준을 확대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췄다. 독립 건물을 사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견·중소기업들을 위해 공공지원형 지식산업센터를 허용하는 안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