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목표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시민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민달팽이)의 임경지 위원장(28·여)과 인터뷰 약속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청년 문제가 정부 정책의 주요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 내내 국회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종 정부기관을 분주히 오간다. 주택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회의에 참석하고, 청년층을 상대로 주거 관련 설문조사도 벌인다.
최근 서울 은평구 사무실에서 만난 임 위원장은 “그동안 주택 정책에서는 대부분 청년이 배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시원에 살더라도 언젠가 직업만 구하면 주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베트남 부동산 것이라는 논리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며, 흙수저 청년이 직업을 구한다고 해도 월급의 대부분은 월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나 역시 1인 가구 세입자 중 한 명”이라며 “지금은 운 좋게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한때 ‘집 없는 설움’을 많이 겪었다”고도 했다. 어릴 때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에서 전세로 하노이 아파트 사는 게 창피했고, 대학 때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왕복 3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지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늘 집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가 2011년 민달팽이에 몸담으면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전공(행정학)을 살리면서도 원래 갖고 있던 주거 문제나 청년 문제에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민달팽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 위원장은 정부의 주택 공장 매물 정책을 ‘청년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젊은층 대상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입주자 대상에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과 실직한 이직 준비생 등이 포함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당초 대학 재학생과 회사 재직자만을 입주 대상으로 고려했다. 민달팽이는 2014년부터 ‘달팽이집’이라는 협동조합형 주택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다세대·다가구 주택 6개 동을 임차해 청년 60명에게 재임대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조합형 주택이나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사회적 주택 등이 모두 달팽이집을 모범 사례로 삼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에게 기성세대가 되면 청년 주택에 대한 요구도 변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희 단체가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세입자 모임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요. 특히 비혼, 동성 커플을 비롯해 혈연 가구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다양한 주거 모델과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출범 1년 만에 주택시장의 판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의 임대주택이라는 편견을 깨고 고급화 전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건설사들은 뉴스테이 고급화에 공을 들였다. 실제 한화건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은 4베이, 판상형, 대형 드레스룸, 펜트리, 알파룸 등 일반 아파트와 동일한 평면 설계를 사무실 별장 도입했으며, 발코니 무상 확장을 지원했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뉴스테이이 최초로 테라스, 복층형 설계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으며, 최근 GS건설이 동탄에서 선보인 ‘동탄레이크자이 더 테라스’는 단지 전체를 100% 테라스하우스로 구성했다.
입주자의 가족 구성원과 생활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입주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대우건설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는 마을공동체 개념을 적용한 ‘렛츠 프로그램(Let’s Program)’이 도입됐는데, 입주민의 재능 기부로 단지 내 보육, 교육, 요리 프로그램 등이 이뤄지는 형태다. 뒤이어 공급된 롯데건설 ‘신동탄 롯데캐슬’과 ‘동탄2 롯데캐슬’은 어린이 돌봄 서비스, 영유아 전문병원, 교육센터 포괄적인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 5%로 제한한 임대료 상승률 역시 메리트로 꼽힌다. 지난 2011년 이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연평균 8%가량 상승했다. 국내 1호 뉴스테이 단지인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도화’는 임대료 상승률을 연 3%로 제한했다. 정부 기준보다 연 2%포인트 낮춰 임대료 상승 부담을 낮춘 것이다. 월 임대료는 전용면적 △59㎡(1097가구) 5000만원에 43만원 △72㎡(608가구) 6000만원에 48만원 △84㎡(948가구) 6500만원에 55만원이다. e편한세상 도화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5대 1로 마감됐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의 경우 임대기간에 보증금을 인상하지 않고 월세만 연 5% 인상한다.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보증금 증감에 따라 월세가 변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며, ‘동탄 오피스 임대 행복마을 푸르지오’는 연간 3%의 임대료 인상을 적용했다. ‘신동탄 롯데캐슬’과 ‘동탄2 롯데캐슬’은 4년 장기계약자에겐 임대료 인상이 없고, 8년 계약 희망자에게는 특별공급 혜택을 줬다.
이달 말부터 올 연말까지 전국에 뉴스테이 1만50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서울(661가구) 경기(2798가구) 인천(7649가구) 등 수도권에서 전체의 74%인 1만여가구가 분양된다. 충북(1345가구) 대구(591가구) 등 지방에서도 주요 택지지구 중심으로 뉴스테이가 공급된다.
우미건설은 다음달 충북혁신도시 B4블록에서 중견건설사 첫 뉴스테이 아파트 ‘충북혁신도시 린스테이’를 공급한다. 전용면적 70~84㎡ 총 1345가구 규모다. 충북혁신도시는 이미 이전을 마친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7개 기관을 포함해 추가로 4개 공공기관이 이전할 예정으로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뉴스테이에 대한 많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산층을 겨냥해 뉴스테이 마감재를 기존 브랜드 아파트 수준으로 맞추고, 테라스나 대형 드레스룸을 설치하는 등 저렴한 임대주택이 아닌 고급주택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주택 및 청약통장 소유여부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고, 입주 대상도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로 한정하지 않는 등 중산층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