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수서발 고속철도)가 뚫린다고 하지만 어째 잠잠하네요. 개통 호재가 이미 2~3년 전부터 꾸준히 시세에 반영된 것도 있겠지만, 11·3 부동산 대책에 잡힌 듯 합니다.” 수서~동탄~평택을 20분 만에 주행하는 SRT가 다음 달 9일 개통을 앞두면서 역이 들어서는 주변 지역 집값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도 개통이란 굵직한 호재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일대 집값은 잠잠한 상태다. 경남아파트 Keang Nam 수서와 동탄, 평택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수서나 평택은 각기 다른 개발 호재로 시세가 올랐다가 지금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동탄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를 받으면서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SRT 수서역. 국토교통부는 23일 수서역에서 ‘화재 대비 비상대응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우고운 기자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SRT 수서역. 국토교통부는 23일 수서역에서 ‘화재 대비 비상대응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우고운 기자
SRT가 출발하는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일대는 전용 40~60㎡대 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현재 시세는 약 5억~8억원 수준. 주로 강남이나 분당으로 출퇴근하는 독신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이 수요층이다. 수서역을 둘러싸고 소형 아파트와 업무용 오피스텔이 각각 4개씩 밀집해있다.
수서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신동아 아파트. /우고운 기자
수서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신동아 아파트. /우고운 기자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수서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신동아아파트 전용 33.18㎡는 4억7000만원 선이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올해 8월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베트남 부동산 층수 매물이 지난해 초에는 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1년 반 사이에 1억2000만원이 뛰었다.
수서동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삼익아파트(입주 1992년 10월)의 전용 49.2㎡ 실거래가는 올해 8월 6억원을 찍었다. 같은 면적의 매물이 2014년 말 4억5000만원에 거래된 하노이 아파트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아파트 매맷값은 11월 현재 1㎡당 870만원으로 2014년 4분기(619만원)보다 40.5%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 전체 상승률(12.4%)을 크게 공장 매물 웃돌았다. 전세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1㎡당 현재 519만원으로 2014년 4분기(391만원)과 비교해 32.7% 상승했다.
‘화재 대비 비상대응 합동훈련’이 열린 SRT 수서역. /우고운 기자
‘화재 대비 비상대응 합동훈련’이 열린 SRT 수서역. /우고운 기자
수서역 인근 현대공인중개업소 정용훈 대표는 “수서동은 인근 개포동과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붐이 일면서 올봄과 여름까지 시세가 상승했지만, 가을부터 다소 잠잠해졌다”며 “11·3 대책으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에는 영향을 받았지만, SRT 개통 호재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SRT가 지나는 동탄과 평택의 집값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사무실 별장 두 지역 모두 개발 호재들이 겹치며 최근 1~2년간 집값이 올랐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를 받게 된 동탄2신도시 일대 집값은 주춤했지만, 평택은 다른 개발 호재들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동탄역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아파트 매맷값이 1㎡당 393만원에서 최근 447만원으로 1년 새 13.7% 올랐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1㎡당 242만원에서 288만원으로 19% 뛰었다. 특히 동탄2신도시는 테크노밸리와 첨단산업단지 조성,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등의 호재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수서역에 정차 중인 SRT 열차. /우고운 기자
수서역에 정차 중인 SRT 열차. /우고운 기자
SRT 지제역이 있는 평택시의 올 4분기 1㎡당 아파트 매맷값은 214만원으로, 2014년 4분기(189만원)와 비교해서는 13.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셋값은 1㎡당 130만원에서 151만원으로 16.1% 올랐다. 평택은 SRT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 최근 삼성브레인시티 개발 등이 오피스 임대 속도를 내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동탄의 상승세는 딱 거기까지. 11·3 부동산 대책에서 동탄2신도시가 규제를 받으면서 일대 집값이 주춤하고 있다. 정부가 동탄2신도시의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 강화한데다 앞으로 1순위 청약이나 재당첨 등도 제한했기 때문이다.
동탄역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SRT나 다른 개발 호재는 이미 주변 집값에 이미 반영됐고, 최근엔 11·3 대책 때문에 수요가 줄면서 타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서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현대벤처빌과 로즈데일 빌딩. /우고운 기자
수서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현대벤처빌과 로즈데일 빌딩. /우고운 기자
평택우리공인 관계자는 “SRT 지제역 인근은 당장 이렇다할 아파트나 상권이 없어 SRT 개통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크지 않다”며 “앞으로 지제역의 유동인구가 늘면서 일대가 어떻게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수서~동탄~평택을 거치는 SRT는 기존 KTX 노선과 마찬가지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주요 대도시를 연결하며 KTX와 경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철도가 생긴 지 117년 만에 철도 경쟁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SRT는 기존 KTX보다 평균 10% 싼 운임, 차별화된 승무 서비스 등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