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30대 주부의 푸념이다. 소형 아파트의 베트남 부동산 인기가 높으면서 3.3㎡당 분양가가 대형 아파트를 앞지른 데 이어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의 가격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760만원이다. 하지만 소형인 49㎡와 59㎡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4286만원, 4057만원으로 4000만원대로 올라선다. 가장 큰 평수인 126㎡는 3.3㎡당 3560만원으로 49㎡와 726만원 차이 난다. 59㎡의 평균 분양가는 9억9900만원으로 약 10억원. 126㎡(13억원)와는 약 3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 분양한 송파헬리오시티의 소형과 대형 아파트 간의 3.3㎡당 가격 차이가 최고 360만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강북 지역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은 59.92㎡(23층)이 6억2800만원, 중형인 84.75㎡(23층)가 8억4900만원으로 2억원 안팎 차이다. 3.3㎡당 분양가는 △59㎡이 2440만원 △72㎡ 2300만원 △84㎡ 2260만원으로 작을 수록 더 비싸다.
분양가 책정에 대해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인근 시세와 예비 수요자들의 선호도를 참고한다”며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원의 결정에 따르는데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소형 아파트의 분양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는 늘 청약 경쟁률이 높다”며 “그 말은 분양가가 다소 높더라도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래미안블레스티지도 78.1대 1의 최고 경쟁률은 소형인 59㎡A가 차지했다. 중소형 평균경쟁률은 51.14대 1이었으나 중대형의 평균 경쟁률은 18.24대 1로 중소형에 비해 청약경쟁률은 낮았다.
이달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8·24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투시도. 49~132㎡(전용면적) 총 475가구로 이 중 중소형 146가구가 일반 분양 된다. /사진제공=삼성물산
이달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8·24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투시도. 49~132㎡(전용면적) 총 475가구로 이 중 중소형 146가구가 일반 분양 된다. /사진제공=삼성물산
소형 평수의 인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하노이 아파트 인구구조학적인 요인 외에도 발코니 확장이 일반화되면서 작은 아파트에 살아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파트 구조의 변화 등도 반영됐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집값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총 분양가가 낮은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 현상은 지속될 것을 내다봤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3.3㎡당 분양가가 과하게 책정됐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인 인구구조학적인 측면에서 소형 아파트의 수요는 계속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는데 공급이 많이 늘었다”며 “분양받는 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거품이 아닌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강남구의 연립·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한 골목. 이곳의 건물 대부분은 1층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기둥만 세워둔 필로티 구조다. 이런 경우 건물 하중 대부분이 기둥에 실려 일반 건물보다 높은 기둥강도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 주택들의 기둥에는 이런 조치가 취해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유은종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요즘 건물들은 내진설계를 반영해 지었다고 하지만 실제론 내진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 집이 내진설계로 지어졌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믿어도 될까. 전문가들은 5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와 시공이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꽤 있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무늬만 내진설계’ 우려
“연면적 654m²의 필로티 있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입니다. 전이보(건물 하중을 분산 전달시키는 기둥), 벽체, 슬래브 NG(No Good)를 해결해 주세요. 기둥의 위치나 벽체 구조 등을 바꿔야 하면 연락을 주세요.”
3일 건축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조설계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질문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질문을 검토한 현동호 지아구조기술사무소장은 “질문 중에는 공장 매물 기둥이나 보의 배치를 어려워하는 등 구조설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 많았다”며 “국토교통부 모니터링의 지적을 피하기 위해 구조계산서나 답변서를 잘못된 설계에 맞춰 작성한 사례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건축법은 6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는 구조안전 확인 시 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3∼5층 건물은 일반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한 뒤 관할 구청 등에 ‘구조 안전 및 내진설계확인서’만 제출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대부분 건축주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건축사에게 내진설계를 맡긴다.
구조 전문가들은 구조설계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기서 나온 결과물을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 건축사들이 맹신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 소장은 “필로티가 있는 건물은 전문 프로그램으로 돌려도 구조 전문가마다 서로 다른 설계가 나올 수 있다”며 “산출 값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인데 비전문가가 프로그램의 수치만 맹목적으로 믿고 설계하면 오류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은 구조기술사들이 참여해 개발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1000명도 안 되는 구조기술사들이 모든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맡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 허가 담당 공무원들이 검증 능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은 “프로그램이 내진설계확인서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니 엉뚱한 숫자를 집어넣는 것 같은 어이없는 꼼수는 줄었겠지만 공무원들이 오류를 찾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론 부실한 내진설계확인서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건축 허가를 받은 뒤에도 부실설계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가 건축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는 ‘건축안전모니터링’ 2차 사업(2015년 6월∼2016년 8월)에서는 600개 현장 중 77곳(12.8%)이 내진설계 등 건축구조 기준에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 설계대로 안 된 시공도 많아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실제 설계대로 시공이 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구조 전문가는 “기초, 중간, 지붕층 슬래브 배근을 완료한 경우 감리를 하게 사무실 별장 돼 있는데, 막상 현장에 가 보면 해당 공사가 다 끝난 상태가 많다”며 “현장에 상주하지 않고 띄엄띄엄 감리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바로잡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건설업계에서는 적격 업체가 공사를 맡았다고 해도 하청, 재하청을 거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지 않으면 실제론 부실 업체가 시공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도 여전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적발된 등록증 불법 대여 건수는 135건으로, 연평균 24건에 이른다. 2014년 21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역시 면허를 불법으로 빌린 무자격 업체가 시공을 맡았다.
건축주 직접 시공 허용 범위가 너무 넓은 것도 부실시공 가능성을 높인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주거용 661m², 비주거용 495m² 이하의 소규모 건축 공사의 경우, 건설업 등록업체가 아니라도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한 건축업자는 “건축주들이 이런 제도를 이용해 직접 시공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무등록 업체에 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중주택(고시원 등), 다가구주택 등이 위험하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진설계 의무대상만 확대할 게 아니라 제대로 오피스 임대 내진설계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일본은 2005년 구조계산서 위조 사건을 계기로 2009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은 전문건축사(구조설계1급)가 직접 설계하는 것을 의무화했다”며 “우리도 구조 전문가의 구조설계를 의무화하고, 저층 건물도 내진설계 관련 구조감리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