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가 50층 높이의 재건축 설계안을 확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는 확정된 설계안을 바탕으로 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서울시의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가 난관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지난 9일 설계사들이 제출한 단지 설계안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총회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가 제출한 설계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설계안은 39~109㎡ 주택형(전용면적 기준) 5940가구를 짓고 단지 중앙에는 베트남 부동산 서울광장의 1.3배 크기인 1만7000㎡의 선큰광장을 조성한다. 광장 주변에는 50층짜리 랜드마크 6개 동을 올리고 단지 남북으로 50m 너비의 통경축을 확보해 주거환경의 쾌적성을 높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그동안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총 사업비 1조5000억원대에 재건축사업 사상 최고 설계가인 157억원을 제시한 대규모사업으로 강남 부동산시장에서 상징성이 커 사업추진 초기부터 많은 하노이 아파트 관심을 받아왔다. 또 설계용역 응모자격에 최근 10년간 국내 또는 외국정부가 발주한 국제공모전 입상 실적을 명기했고 반드시 해외 설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했다.
이처럼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에서 손꼽히는 대형 재건축단지로 추진위가 50층짜리 설계안을 들고 나섰지만 서울시와의 35층 층수제한 갈등은 여전하다.
서울시는 상업·업무시설중심지역으로 묶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을 제외하고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다.
반면 추진위는 천편일률적인 층수 제한이 오히려 주민 삶의 질의 떨어뜨리고 도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맞선다.
추진위 측은 규제를 풀기 위해 지난해 말 서울시에 제3종일반주거지역 42층, 준주거지역 47층 등의 내용을 담은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안을 제출했지만 2030도시기본계획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검토 답변을 받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다만 추진위는 서울시의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현상공모 등을 공장 매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 경우 시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기 때문.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구단위계획을 짜고 있는 압구정이나 반포·개포 등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어 당분간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한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층수제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2030서울도시기본계획’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했으나 재건축 단지들은 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립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주민투표를 거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재건축 설계안을 채택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에 주민총회를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 주민총회를 연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에 주민총회를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 주민총회를 연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재건축을 앞둔 은마아파트의 매매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 주민총회를 개최한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별장 사무소에 재건축을 앞둔 은마아파트의 매매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 주민총회를 개최한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 5단지 주공아파트. 2016.09.0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 5단지 주공아파트. 2016.09.05. chocrystal@newsis.com
모든 세대를 남향·맞통풍으로 배치했으며 단지 중앙에는 6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50층 규모의 주동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은마아파트 50층 재건축 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서울시 아파트는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에 따라 최고 층수는 35층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가 적용된다. 다만 도심,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은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건축이 가능하다.
이 기본계획안에 따라 제3종 주거지역인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지구의 경우 최고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된다. 반면 여의도, 용산, 잠실 등은 예외 조항에 따라 도심 내 중심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50층 이상의 최고층수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이 허용된다.
예외 조항은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디자인이 특화한 건축물은 층수를 상향할 수 있다. 이에 은마아파트는 비싼 설계비를 지불하면서까지 국제현상설계를 진행했다.
은마아파트는 설계용역 응모자격으로 최근 10년간 한국 또는 외국 정부가 발주한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을 보유해야 하고, 반드시 해외 설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했다. 희림도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UN Studi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재건축 추진위는 국제 공모를 통해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설계한 만큼 서울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승인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잠실주공5단지는 상업·업무시설이 밀집해 있는 도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50층이 허용됐으나 은마아파트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35층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도 35층 층수 제한을 풀기 쉽지 않다. 서울시가 압구정지구에 대해 기존 정비계획변경안 대신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재건축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탓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정비계획보다 도시계획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건축물을 지을 때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층수를 올리거나 용도를 바꾸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1번 출구 쪽 현대 6·7차 지역 일부를 준주거로 종상향(種上向)해 최고 40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별로 흩어져 있는 상가들을 이 지역에 모아 용도변경하겠다는 구상이다.
반포, 서초 등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도 35층 제한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는 최고 35층 이하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인근 신반포3차와 반포경남, 신반포23차 통합 재건축 조합은 한강공원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를 조성하는 등 공공기여를 하는 대신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는 오피스 임대 것을 전제로 최고 45층까지 올리는 재건축 정비계획을 마련했다.
한강변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이해 관계자들은 올해 초부터 시내 곳곳에서 집회 등을 열어 서울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40층 이상 아파트를 짓게 되면 도시 미관, 통풍, 개방감 등은 훨씬 나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35층 규제를 적용받아 재건축이 이뤄진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규제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